차 없어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직접 다녀온 솔직한 후기
춘천을 뚜벅이로 간다고 했더니 다들 말렸다
"거기 차 없으면 불편해."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다 돌아다녀." 춘천 가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이 거의 이랬다. 솔직히 나도 반신반의했다. 닭갈비야 시내에서 먹으면 되는데, 소양강댐이라든가 청평사 같은 곳을 버스로 다 연결할 수 있을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됐다. 오히려 차 막힐 걱정 없이 버스 타고 이동하면서 창밖 구경하는 게 더 여행답다는 느낌도 들었다. 잠실역에서 출발해서 춘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딱 한 시간. 서울에서 이 정도 거리면 가까운 축에 든다.
오늘은 그날 코스를 그대로 풀어볼게요. 뚜벅이 춘천 여행 고민하고 있는 분들한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해서 최대한 솔직하게 썼습니다.
첫 번째 코스: 자유빵집 – 도착하자마자 빵부터
터미널 내리자마자 빵집 직행
짐 정리고 뭐고 일단 자유빵집부터 갔다. 춘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 걸어서 이동했다. 프랑스식 빵집이라고 해서 분위기가 좀 딱딱할까 싶었는데, 안에 들어서면 진열된 빵들이 일러스트처럼 예쁘게 올려져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뭘 살까 한참 고민하다가 우유크림소금빵이랑 아메리카노로 골랐다. 한 입 먹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다. 겉은 쫄깃하고 안에 우유크림이 꽉 차 있는데, 달달하면서 소금빵 특유의 짭짤함이 커피 쓴맛이랑 딱 맞아떨어진다. 여행 첫 끼가 이 정도면 하루 기분이 올라간다.
여행자 정보
춘천 자유빵집은 터미널 근처라 도착 직후 들르기 좋다. 소금빵 종류가 다양하니까 뭐 살지 미리 생각 안 해도 현장에서 보면 고르기 쉽다. 아메리카노랑 세트로 먹는 걸 추천한다.
두 번째 코스: 춘천 닭갈비 – 춘천 왔으면 이건 무조건
소양강댐 가는 버스 타기 전에 한 끼
자유빵집 근처 정류장에서 소양강댐 방향 버스를 탔다. 가는 길목에 규모가 큰 닭갈비 식당이 있어서 내려서 들어갔다. 관광지 근처 식당이라 대기가 길 줄 알았는데, 대기실이 따로 마련될 만큼 공간이 넓어서 회전이 빠른 편이었다.
자리에 앉으니까 직원분이 직접 철판에 고기를 올려서 구워줬다. 기본 세팅으로 고구마, 떡, 열무김치가 같이 나오는데 조합이 좋았다. 양념은 카레 향이 살짝 도는데 짜지 않고 깔끔해서 계속 먹게 되는 맛. 처음 춘천 닭갈비 먹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여행자 정보
춘천 닭갈비는 종류나 식당마다 양념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소양강댐 가는 길목 식당들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1인 식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식사 후 바로 유람선 선착장으로 이동하면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세 번째 코스: 소양강댐 유람선 + 청평사 – 이날의 하이라이트
배 타고 들어가는 절이라니
닭갈비 먹고 소양강댐으로 이동했다. 유람선은 정각마다 출발하는데, 타고 나면 소양강 풍경이 정말 탁 트인다. 산이랑 물이 같이 보이는 그 뷰는 배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라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좋았다.
15~20분 정도 지나면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한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출렁다리가 나오는데, 이름이 출렁다리라서 무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튼튼하고 흔들림이 크지 않았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계곡이 맑아서 잠깐 멈춰서 보게 됐다.
청평사 올라가는 길
출렁다리 지나 구성폭포를 보고 올라가면 청평사가 나온다. 걸어서 17분 정도.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에 가깝다. 길이 가파르지 않아서 운동 전혀 안 하는 사람도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정상에 청평사가 나오는데, 처음 마주쳤을 때 생각보다 웅장해서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사극에서 봤을 법한 느낌이 나는데, 주변 자연이랑 어우러지는 게 도심 여행에선 느끼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날이 촉촉했던 덕분에 녹음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었다.
청평사 왕복 시간은 40~50분 정도. 배 시간만 미리 확인해두면 여유 있게 다녀올 수 있다.
여행자 정보
유람선 편도 요금이 있고 청평사 입장료가 별도로 있으니 현금 또는 카드 챙기면 된다. 유람선 시간표는 현장에서 확인하거나 미리 검색해 두는 게 좋다. 청평사 올라가는 길에 화장실이 선착장 근처에 있으니 출발 전에 들르는 걸 추천한다.
네 번째 코스: 감자밭 카페 – 감자빵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춘천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감자빵
소양강댐에서 버스 타고 감자밭 카페로 이동했다. 본관, 신관, 야외 좌석, 오두막까지 공간이 다양하게 나뉘어 있어서 웨이팅이 있어도 자리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치즈 감자빵을 먹었는데,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얇고 쫄깃한 피 안에 감자 속이 들어 있는데, 우유랑 같이 먹으니까 조합이 잘 맞았다. 감자빵이라 단순할 것 같았는데 식감이 생각보다 섬세했다. 커피보다 우유랑 먹는 걸 추천한다.
여행자 정보
감자밭 카페는 주말에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 야외 좌석이 날씨 좋을 때 특히 좋고, 실내도 공간이 넉넉해서 여유 있게 쉬었다 갈 수 있다. 감자빵은 포장도 돼서 집에 가져가기 좋다.
다섯 번째 코스: 국수닭 – 예상 밖으로 맛있었던 곳
비빔국수가 진짜였다
공지천 지나서 국수닭으로 이동했다. 치킨이랑 국수를 파는 조합이 독특한 곳인데, 비빔국수를 먼저 먹어봤더니 닭 육수 베이스 소스가 예상보다 깊은 맛이 났다. 면이 얇고 쫄깃한 스타일이라서 면 식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잘 맞는다.
치킨은 갓 튀겨 나오는데,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옛날 호프집에서 먹던 그 레트로한 맛이었다. 세련되진 않은데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 국수 양이 많아서 치킨은 작은 사이즈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
여행자 정보
1인 방문도 가능하고, 비빔국수 하나에 치킨 작은 것 조합이 혼자 먹기에 딱 맞는 양이었다. 근처에 대원당이 바로 있어서 식사 후 걸어서 이동하면 된다.
여섯 번째 코스: 대원당 – 춘천 로컬 빵집의 품격
오래된 빵집이 주는 편안함
국수닭 근처에 있는 대원당은 춘천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네 빵집이다. 관광지용으로 새로 생긴 트렌디한 곳이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곳 느낌이 나서 오히려 더 반가웠다.
매머드빵, 버터크림빵, 생크림슈를 샀다. 버터크림빵은 크림이 듬뿍 들어 있는데 위에 호두 분태가 올라가 있어서 고소함이 확실하게 살아 있었다. 소보로 왕 슈크림빵은 빵이 촉촉하고 크림이 진해서 마무리 간식으로 딱 맞았다. 집에 가져가서 다음 날 먹어도 맛이 큰 차이가 없었다.
여행자 정보
대원당은 춘천 현지인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라 오후 늦게 가면 인기 메뉴가 품절될 수 있다. 4시 이전에 방문하는 게 안전하다. 포장 박스도 깔끔하게 해 줘서 선물용으로도 좋다.
직접 다녀오고 솔직하게 정리한 것들
뚜벅이로 완전히 가능하다, 단 버스 시간은 미리 확인
이번 코스에서 이동 수단은 버스와 유람선이 전부였다. 버스 배차가 생각보다 자주 있었고, 코스 동선도 무리 없이 연결됐다. 다만 소양강댐 방향 버스나 유람선 시간표는 현장 가서 확인하면 낭패 볼 수 있으니까 출발 전에 미리 검색해 두는 게 좋다.
청평사가 이번 코스 최고였다
솔직히 기대가 가장 낮았는데 결과가 가장 좋았다. 유람선 타고 배로 들어가서 출렁다리 건너고 폭포 보고 절까지 올라가는 그 흐름 자체가 코스로서 완성도가 높다. 청평사만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유람선이랑 묶인 게 훨씬 특별한 경험이 됐다.
아쉬웠던 점 하나
하루가 꽉 차다 보니 막국수를 못 먹었다. 춘천 왔으면 닭갈비에 막국수까지가 세트인데, 일정상 빠졌다. 다음엔 1박으로 와서 막국수랑 공지천 쪽도 더 여유 있게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남았다.
내 생각 – 춘천, 이런 분들한테 특히 추천한다
춘천은 복잡하지 않다. 너무 넓지 않고, 볼 것과 먹을 것이 적당하게 모여 있어서 하루 안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혼자 여행하기에도 부담이 없고, 둘이 가도 동선이 자연스럽게 맞는다.
특히 이런 분들한테 추천한다. 차 없이 당일치기 여행지 찾는 분, 서울에서 가까우면서 자연 풍경이 있는 곳을 원하는 분, 먹는 것 위주로 여행 코스를 짜고 싶은 분. 세 가지 다 춘천이 맞아 떨어진다.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거리, 알찬 코스, 맛있는 음식. 이 세 가지가 갖춰진 당일치기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춘천을 리스트 맨 위에 올려보시길 권한다.
춘천 뚜벅이 당일치기 최종 코스 정리
순서 장소 핵심 메뉴 / 포인트 이동 방법
1 자유빵집 우유크림소금빵 + 아메리카노 터미널에서 도보
2 춘천 닭갈비 카레 향 양념 닭갈비 버스 이동
3 소양강댐 유람선 소양강 풍경 감상 버스 이동
4 청평사 출렁다리 + 구성폭포 + 절 유람선 탑승
5 감자밭 카페 치즈 감자빵 + 우유 버스 이동
6 국수닭 비빔국수 + 레트로 치킨 도보 이동
7 대원당 버터크림빵 + 매머드빵 도보 이동
차 없어도 이 코스 그대로 따라갈 수 있다. 버스 시간표 하나만 미리 확인해 두고 출발하면 된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시길.
